“왜 힘들게 산에 오르는가?”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Because it is there.)”
산사山寺의 선문답禪問答 같은 대화는 영국의 전설적인 산사나이 조지 말로리가 어느 강연장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하며 남긴 말이다.
그의 대답처럼 올라갈 산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말에 산을 오르며 산 재미도 느끼고 건강도 지키려 한다.
사람들이 등산을 하면서 건강해지려고 하는 본능적 이유는 인체의 세포 속 유전자에 건강정보가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유전자는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능력을 꾸준히 향상시켜, 다음 세대에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주게 하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우리 몸에 보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유전자 정보가 사람들의 발길을 산으로 이끌며 건강한 신체를 갖도록 지속적으로 다그치고 있는 것이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일시적이나마 자유로운 삶을 찾고, 건강을 지켜나가는데 등산만한 것이 없다고 본다. 산이라는 자연공간으로의 탈출은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운동의 효과도 덤으로 가져다준다. 따라서 등산은 운동이면서 동시에 문명과 공해에 오염된 몸과 마음을 산으로부터 치유 받는 일종의 치유행위인 것이다.
산을 오르며 신선한 산소를 마시고, 땀과 호흡으로 노폐물을 배출시켜 건강도 유지하고, 다른 운동에선 느낄 수 없는 아름다운 풍광에 의한 정서적인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어 그래서 등산을 ‘멀티 레포츠’ 로 부르는지도 모른다.
나는 주말이면 옆지기와 함께 가까운 산을 자주 찾는 편이다.
등산코스는 가급적 집에서 멀지 않은 주변 산을 택한다.
풍수지리에서 배산임수背山臨水라 하여 산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는 지세地勢를 명당이라 하듯이 산의 명당도 등산임수登山臨水, 즉 산에 올라서 강을 굽어 볼 수 있는 산세山勢를 명산이라 말한다. 고맙게도 나는 이러한 천혜天惠의 조건을 갖춘 명산 하나를 가까이에 보유(?)하고 있다.
등산의 메리트merit는 역시 땅의 지기地氣와 나무의 생기生氣를 받아 몸과 마음을 다같이 건강하게 하는데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삶의 에너지를 충전시키는데 등산만한 것이 없다고 본다.
몸속의 탁기를 땀으로 모두 배출시킨 뒤, 호흡으로 정신을 맑게 하는 산 정상에서의 명상은 그야 말로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먼 산 쳐다보기’ 명상은 산을 오르며 기진맥진한 기력을 보충시켜 주는 데는 적격이다.
산은 올라가는 것이고, 명상은 내려가는 것이 다를 뿐 둘 다 어느 한 곳을 향하여 길을 나선다는 것이 서로 같다. 그래서 둘은 궁합이 맞는 음양의 한 쌍이다.
등산은 짊어지고 가는 것이고, 명상은 내려놓고 가는 것이다.
등산은 산 정상을 향해 위로 올라가는 것이고, 명상은 내면을 향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다.
등산은 사색思索을 즐기는 것이고, 명상은 사념思念을 하는 것이다.
등산은 마운틴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것이고, 명상은 마인드 오르가슴에 이르는 것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명상도 즐길 줄 안다.
등산은 양기를 축적하고, 명상은 음기를 받아들인다. 따라서 등산은 양이고, 명상은 음이라 할 수 있다. 음과 양이 만나면 중용中庸이 된다.
그래서 산과 명상의 만남인 산사山寺의 참선은 마음을 닦는 중용의 길과 같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천부적으로 중용이다. 중용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평상平常을 유지하는 것이다. 명상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본성을 찾아서 길을 나서는 것이다. 즉 중용인 평상심을 쫓아가는 것이라 하겠다.
명상이라 하여 거창하게 우주와 내가 하나를 이룬다는 신아일체神我一體니, 신성神性이니 하는 뜬 구름 잡는 식의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 말고, 본래의 마음인 평상심을 만나서 대면하는 보통의 일을 말한다.
나는 어떠한 수련과 수행에 앞서서 먼저 산에 자주 올라 갈 것을 충고하고 싶다.
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산은 인내심, 포용심 등 정신적 에너지와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 등의 신체적 에너지를 우리들에게 늘 무상으로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만큼 산을 좋아 하는 민족도 흔치 않을 것이다. 지리적으로 산이 많아서도 그렇겠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산을 오를 때 처음에는 힘들어 하지만 일단 정상에 오르면 몸과 마음이 날아 갈 듯 상쾌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찌뿌듯한 몸도 금세 개운해지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느낌만이 아닌 다른 어떤 과학적 근거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숲에서 나오는 음이온도 물론 과학적 근거로 작용하겠지만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바위에서 찾아야 한다. 산 자체는 온통 바위로 이뤄져 있으며 겉에 흙이 덮혀 있어 바위 덩어리가 일부 감춰진 모습이다. 바위는 철을 포함한 광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 자기장이 강하게 작용하게 된다. 우리 인체 또한 혈액에 철분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바위의 자기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바위의 자기장은 하나의 에너지로서 다른 에너지의 순환작용을 돕거나 뇌파와 심박동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자기장이 강하게 방출되는 바위에 앉아서 명상수련을 하게 되면 자기력이 심장과 뇌로 전달되어 명상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흔히 ‘기가 세다’고 하는 산은 다름 아닌 자기장이 강한 바위가 많은 산을 일컫는 것이다.
따라서 기가 센 산에 오르면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이러한 기분이 바로 산에서 느끼는 ‘마운틴 오르가슴mountain orgasm’인 것이다.
